스탠스미스 선수의 월드 인비 전략: 블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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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스미스 선수는 월드 인비테이셔널이 개최되기 전부터 승리를 위한 치밀한 전략을

세웠으며, 그 희생양은 바로 북미의 퓨전이었다. 스탠스미스와 실제 형제 두 명, 총 세

명으로 구성된 “디바인 브라더스” 팀은 월드 인비에서 북미 팀 “퓨전”과 한판 대결을

벌였다. 사실 북미 베인글로리 커뮤니티에는 이 일본 팀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었고, 스탠스미스는 이를 활용하기로 한다.

안드로이드 정식 출시 행사

모든 것은 슈퍼 이블 社의 안드로이드 출시 행사에서 시작되었다. 캘리포니아 트위치

본사에서 7월 2일(현지시각) 개최된 이 행사는, 전 세계 정상급 플레이어들을

초청하여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 내노라하는 플레이어들 속에는 일본의 스탠스미스

선수도 속해 있었다. 그는 이미 동아시아(EA) 서버의 “베인글로리어스” 티어

플레이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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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친선 경기도 많이 펼쳐졌는데, 그 중 으뜸은 역시 슈퍼

이블의 개발진이 직접 참가하는 경기였다. 트위치를 통해 전 세계에 생방송 된 이

경기에서 스탠스미스 선수는 주저 없이 영웅 “타카”를 선택했다.

행사장에서 스탠스미스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에게는 놀라울 것이 없는

픽이었다. 그는 슈퍼 이블의 개발진, 푸지, PwntByUkranian 등에게 “자신이 가장

잘하는 영웅은 타카”라고 광고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타카가

누군가. 닌자가 아닌가. 일본과 접점이 있는 영웅을 일본인이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라며 소위 떡밥을 뿌렸다.

쐐기를 박은 건 7월 10일 그의 트윗이었다. “타카 맹연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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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월드 인비테이셔널

트위치 행사로부터 일주일 하고도 반이 지나 드디어 월드 인비테이셔널 경기가

열렸다. 디비 팀의 첫 상대는 푸지, 올드스쿨, R3cKeD 로 구성된 북미의 팀 퓨전.

심지어 해설진도 스탠스미스 선수의 주 영웅으로 타카를 꼽으며 여러 평을 내놓기

시작했고, 퓨전은 스탠스미스 선수를 노린 타카 저격 밴을 했다. 아마 이때 스탠스미스

선수는 “계획대로!”라고 속으로 외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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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스미스 선수와의 인터뷰

필자는 전 세계 베인글로리 메타를 조사하는 와중에 스탠스미스 선수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나에게 말했다. “안드로이드 출시 행사 때부터 난

언제나 타카를 사용했다. 이건 완벽한 블러핑 전략이었다. 사실 나의 진정한 주 영웅은

코쉬카다. 동아시아 서버에서 잔뼈가 굵은 플레이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난 내 귀를 의심했다. 그렇다.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영웅은 타카가 아닌 코쉬카였던

것이다!

“블러핑은 전 세계 베인글로리 팬을 무시하거나 다른 플레이어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날 용서해 달라.”

스탠스미스 선수는 이 메시지가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랬다. 그랬다. 그의 블러핑은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닌 다분히 승리를 위한 포석이었던 것이다.

푸지 선수의 반응

“난 스탠스미스 선수의 이 장대한 계획을 전혀 몰랐다.” 라고 푸지 선수는 말했다.

“모름지기 적이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를 때 블러핑의 성공률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스탠스미스 선수는 팀 퓨전뿐만 아니라 슈퍼 이블을 포함한 모두를 속였다.(서양

커뮤니티에서는 스탠스미스 = 타카 플레이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베인글로리의 세계에서 아마 스탠스미스 선수는 블러핑을 성공한 첫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교묘하게 적을 속여 잘못된 밴 카드를 유도하는 것 말이다.” 뭐, 어찌 되었던

푸지 선수는 그리 기분 나빠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탠스미스 선수를

정말 좋아한다. 그는 훌륭한 선수이며 다른 이를 존중할 줄 아는 진짜 프로이다.”

경쟁 우위

필자는 한국에서 펼쳐진 이번 월드 인비테이셔널에서 베인글로리의 E스포츠 성장

가능성을 엿보았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들추어보면, 스탠스미스 선수의 블러핑은

리그오브레전드의 특정 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예전 롤의 프로 게임단 Moscow Five

는 정글러로 인식이 굳어진 챔피언 쉬바나를 픽하고 상대편의 픽을 유도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꺼내 든 카드는 레인 쉬바나. 이 놀랄 만큼 신선한 전략에 적 팀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정상급 팀의 경기에서 밴은 매우 중요하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밴은 각 팀이

상대방에 대해서 조사한 “숙제”를 제출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스탠스미스 선수는

정말 열심히 연구했다. 우리가 첫째 날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분장을 하고 있을 때,

디비 팀은 베인글로리 리그 경기를 보며 전략을 가다듬었다.” 푸지 선수가 말했다.

사실 팀 퓨전에 비해 디비는 참고할 자료가 많았다. 푸지 선수의 트위치 방송,

베인글로리 리그, ESL 그리고 수많은 토너먼트들까지. “올드스쿨이 복스를 잘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디비의 복스 밴은 우리에게 상당한 손실이었다.”

푸지 선수가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의 무적함대 팀도 갱스타 전에서 컬더믹 선수의 글레이브를

저격밴했다. 그의 글레이브가 무시무시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지금까지 팀 퓨전의 잘못된 밴을 이끌어낸 스탠스미스 선수의 치밀한 계획을

살펴보았다. 이로써 디비가 얼마나 큰 이득을 보았을까? 이게 과연 승리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공유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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